느리게 산다는 것.
  글쓴이 : 밀알     날짜 : 11-11-12 12:13     조회 : 1710     트랙백 주소

요즘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한다. 어제의 것은 이미 새 것이 아니다. 특히 최첨단 과학 문명을 누리고 사는 우리들은 좀더 빠르고, 기다림 없이 되어지는 모든 일들을 가장 좋은 것으로 알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 컴퓨터가 그 컴퓨터의 성능을 말해 주며, 단 시간에 많은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를 고속 성장한 교회로 벤치마킹 하려고 하는 교회들이 참 많이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빠른 것이 대세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그만 시대의 낙오자가 되어 살아가게 마련이다.

나는 가끔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가 있다. 60~70마일의 속도를 유지하며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 온 다음에 내가 고속도로에서 본 것을 생각해 보았다. 앞에 보이는 차선과 가끔 거울로 보이는 다른 차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너무도 빠르게 스쳐지나 왔던 나무들, 꽃들, 호수, 그리고 좀더 멀리 보이는 구름들 모두 그곳에 마음을 둘 여유 없이 그저 빠르게 달려왔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것에 마음을 둔다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곳을 달려온 것이다. 그래서 가장 빠른 길을 양보하고 가장 느린 길로 집에 와 보았다. 우선 멈추지 않고 가려고 하는 나를 신호등이 가로막았다. 그래서 나는 빨간 불이 되면 그곳에 멈추고 싶지 않아도 멈춰야 했다. 다른 차들에게 양보해야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해야 했다. 심지어 주인과 함께 길을 건너는 강아지에게도 잠시 나의 시간을 양보해야 했다. 그리고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면 다시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운전했다면 집에 도착해서 쉬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겨우 집까지는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앞으로 지금 온 것만큼 더 달려야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왠지 이 길이 좋다. 빨리 갈 때 놓친 것들을 이곳에서는 다 만날 수 있다. 서로 양보하며 먼저 가시라고 했을 때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페리를 타려고 기다리는 아이의 설레임을 볼 수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저 하나님의 창조에 순종하며 피어 있는 들국화며, 코스모스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을 보았다. 그리고 큰 다리를 건널 때는 넘실거리며 부서지는 호수의 아름다운 반짝임도 보았다. 좀더 달리다 보니 아주 멋진 공원이 나왔다. 자세히 보니 그곳은 무덤이었다. 각자 자신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그곳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언덕 너머로 다시 태양은 지고 있었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서는 바보처럼 사는 삶이 아닐까? 그렇지만 우리가 너무도 빨리 우리 인생을 달리다 보면 우리의 이웃도 놓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많은 아름다움도 놓치고, 이웃의 눈물과 고통도 놓치고 가버리지 않을까? 장애인 사역은 느리게 가는 사역이다. 아주 아주 느리게 갈 때 겨우 그들의 마음이 보일 때가 많다. 빠르게 사역할 때 놓쳤던 것이 느리게 가면 갈수록 하나 하나 보이게 된다. 그 마음이 보이고, 그 눈물이 보이고, 그 아픔이 보인다. 느리게 갈 때 함께 갈수 있다. 빨리 갈수 없는 사람은 느리게 갈 때 함께 갈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빠르게 갈 때 놓쳤던 것을 느리게 갈 때 풍성하게 허락해 주셨다. 느리지만 하나님과 함께 걷는 길로 나는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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